지훈은 매일 밤 11시 58분에 로그아웃했다.

정확히는, 로그인 상태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는 시간이었다.

낮 동안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록을 관리했다.

누군가는 책을 빌렸고, 누군가는 반납을 연체했고, 누군가는 독후감을 남겼다.

지훈은 그 모든 데이터를 정리하고, 정렬하고, 저장했다.

하지만 정작 자신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.


그날 밤, 시스템 점검 공지가 떴다.

“00:00 ~ 02:00 서버 점검으로 인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됩니다.”

지훈은 늘 하던 대로 11시 58분에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.

그런데 화면이 멈췄다.

정말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?

그 아래에는 평소 보지 못한 문장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.

저장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.

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.

그는 글을 쓴 적이 없었다.

마우스를 움직여 확인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, 화면이 바뀌었다.


빈 에디터 창.

제목 없음.

본문 0자.

커서는 깜빡이고 있었다.

마치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.


지훈은 처음으로 키보드를 눌렀다.

“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.”

그리고 멈췄다.

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?

아침에 마신 커피가 유난히 썼던 이유,

점심시간에 혼자 앉은 테이블의 공기,

퇴근길 버스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.

그는 다시 입력하기 시작했다.

“아무 일 없던 하루였지만,

아무도 모르는 감정이 조금 쌓였다.”

글자는 천천히 채워졌다.

시스템 점검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, 서버는 종료되지 않았다.

마치 그가 다 쓸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처럼.


새벽 1시 47분.

지훈은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.

“나는 오늘을 저장한다.”

엔터를 치자 자동 저장 알림이 떴다.

작성 완료

그리고 그제야 로그아웃 버튼이 활성화되었다.


다음 날 아침.

출근한 지훈은 관리자 페이지에서 이상한 게시글 하나를 발견했다.

작성자: jh_admin

제목: 로그아웃 이후

조회수: 1

지훈은 천천히 그 글을 읽었다.

분명 자신이 쓴 글이었다.

하지만 어제의 자신보다

조금 더 솔직해 보였다.


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글 아래에 댓글을 남겼다.

“첫 글 축하합니다.”

그리고 미소 지었다.

그날 이후,

지훈은 매일 밤 11시 58분에 로그아웃하지 않는다.

대신, 11시 58분에 로그인한다.

자신의 이야기를 저장하기 위해.